죄명은 '스타벅스'…"먹는 것도 눈치 본다" 아이돌 속사정 [이슈+]

입력 2024-03-13 07:00   수정 2024-03-16 09:37


"불매운동도 못 하는데 아이돌 업계 어떻게 바꿀 건데?"

최근 그룹 르세라핌 허윤진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달린 해외 팬의 댓글이다. 그 아래로도 "실망이다", "공부 좀 해라"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인가 하니 죄명은 '스타벅스 소비죄'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 속 '친 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된 스타벅스를 향한 아랍권의 불매 운동이 K팝 아티스트들을 향한 과도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되거나 과거 애용한 이력이 있으면 SNS로 몰려가 비난을 가하는 식이다. 블랙핑크 지수, 가수 전소미가 악플 테러를 당했고, 엔하이픈 제이크는 사과하기도 했다.

높아진 중화권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 마카오에서 공연을 했던 엔하이픈은 설날에 한복을 입었다가 중국인 네티즌들로부터 악플 세례를 받았다. "한국이 중국의 설을 훔치려고 한다", "설날이 아니라 중국 설이라고 말해라"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해외 팬층이 다양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팬덤 리스크가 엔터 업계를 덮치고 있다. 아티스트의 사소한 행동에도 국가·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며 비판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만 수백개"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자체 콘텐츠, SNS 라이브 등 노출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팬들도 더 예민해졌다"고 했다. 이어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을 정도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시상식, 월드투어 등으로 해외를 나가면 어딜 가도 스타벅스가 많지만 괜한 논란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아 일부러 다른 매장을 알아보며 커피를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아티스트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제로베이스원 박건욱은 축구 한일전 경기를 앞두고 "아이돌이라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당시 그는 "무슨 느낌인지 알죠? 난 한국인인데 날 좋아해 주시는 많은 전 세계 팬분들이 있으니까 이해해 줄 거라고 믿는다"며 어느 나라도 응원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K팝은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등으로 진출하며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팝 피지컬 앨범 수출액은 2억 9023만달러(약 38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수출 규모를 보면 1위 일본, 2위 미국, 3위 중국에 이어 대만, 독일, 홍콩,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 엔터사의 해외 매출은 국내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하이브 국내 레이블의 해외 음원 매출은 107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뛴 수치이자 국내 매출 405억원보다도 훨씬 높다.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해 상반기 해외 매출액이 52%로 국내를 앞섰다.

에스파 카리나가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하자 일부 해외 팬들이 SM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시위 트럭을 보내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압박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도 해외 팬들이 'K팝 큰손'이라는 사실을 역이용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엔터 관계자는 "해외 팬덤의 성향과 각국 이슈를 고려하는 건 오래전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요즘은 더 세밀하게 체크하고 있다. 나라별로 사건 사고나 이슈 등을 미리 확인하고 이에 따라 콘텐츠 내용이 바뀌거나 SNS 업로드 일자가 변경되기도 한다. 최대한 사전에 예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만큼 K팝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만 "외국인 멤버가 있는 팀은 명절에 한복 입기도 꺼리고, 축구 경기 언급조차 피하는 등 과도하게 조심하면 역으로 국내 팬들의 반감을 불러 고민이 되는 지점"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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